1911년 하드웨어 회사로 시작한 IBM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반 회사로 체질 개선 중이다. 해당 사업들은 현재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신사업 분야다. 올해 IBM이 관심을 보이는 기술 및 사업 분야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보안, AI,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등 크게 다섯 가지 분야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국IBM은 1월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주요 성과와 올해 계획을 공유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장화진 한국IBM 사장은 “2018년에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라며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모두 성장했으며, 4분기도 좋은 결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IBM에서는 아직 하드웨어 사업 비중이 큰데 내년쯤 되면 신규사업이 반 이상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장화진 한국IBM 사장
2018년 사업 성과
IBM이 지난해 역점을 두었던 사업 분야는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시스템, P-테크 등이다. 장화진 사장은 지난해 AI 분야에서 개념 검증(PoC)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었으며, 고객 응대용 챗봇을 넘어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AI 활용 범위를 확장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분야 성과로는 IBM 클라우드 프라이빗 플랫폼 확산과 레드햇 인수 등을 들었다. 레드햇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기업 자체의 데이터센터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솔루션 부문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IBM이 340억달러(약 38조8천억원) 규모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장화진 사장은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하이브리드 멀티클라우드 쪽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부문에서는 국내에서 다양한 개념 증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전년 대비 블록체인 프로젝트 수가 2.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트레이드렌즈’, ‘IBM 푸드 트러스트’ 등 물류 및 식품 유통 블록체인 상용화 네트워크를 출범하는 등 IBM 블록체인 리더십을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시스템 사업에서는 IBM 시스템 Z의 보안, 성능, 안정성을 기반으로 금융권 중심의 시장 리더십을 보였다. KB국민은행 계정계 시스템으로 선정됐다는 점도 거론됐다. 티맥스 측에서 제기한 사업 선정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에 대해서 장 사장은 “KB국민은행의 결정을 존중하며 계속해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밖에도 ‘뉴칼라’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P-테크’ 설립도 지난해 역점 사업 분야로 거론됐다. P-테크는 IBM의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AI, 데이터 과학, 사이버 보안 등 첨단 기술과 관련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기관과 협업을 통해 설립한 교육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뉴칼라 스쿨’이 올해 3월 개교된다. 고등학교 3년, 전문대 2년을 연계한 5년제 통합교육과정으로, 세명컴퓨터고등학교와 경기과학기술대학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9년 IBM 중점 기술 5가지
IBM이 올해 중점을 두는 기술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보안, AI,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등이다. 먼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경우 시장에서 본격적인 도입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BM은 현재 전세계 85% 기업이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98%가 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올해부터 금융 데이터를 외부의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는 등 국내에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 하드웨어 업체로 시작한 IBM은 현재 하드웨어 비중이 줄고 클라우드 및 AI 사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IBM은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 역량, 클라우드 보안, 오픈소스 경쟁력,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프라이빗 클라우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호 이슈가 강화되면서 보안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보안은 클라우드 솔루션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IBM은 특정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하이브리드 멀티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및 서비스 제공, SOC 및 보안관리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AI를 활용한 보안 기술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AI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발표한 ‘AI 오픈스케일’ 기술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AI 오픈스케일은 AI가 내린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개방형 기술 플랫폼이다. 이른바 ‘블랙박스’ 논란을 해결하고, 데이터 편향성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도 강조됐다. IBM은 다양한 산업별 블록체인 상용화 네트워크를 발표하고 활성화할 예정이다. 장 사장은 물류, 유통, 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많이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암호화폐를 직접 개발하진 않지만, 국내 지자체의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자컴퓨팅 시스템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자컴퓨팅 사업이 돈이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잠재력을 내다보고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미래형 컴퓨터로, 기존 슈퍼컴퓨터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BM은 양자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한국에서 삼성전자와 반도체 신소재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IBM은 올해 양자 컴퓨팅 시스템 첫번째 상용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엄경순 한국IBM CTO는 “AI의 복잡성이 커짐에 따라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개선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올해 양자컴퓨팅에 대한 연구가 가속화되고, AI 모델을 어떻게 훈련하고 수행할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